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상대방을 비난할 때 ‘인지부조화’를 들먹이는 이들이 있다. 심리학에 등장하는 ‘인지부조화’는 간단히 말해서 자기합리화다. 이전에 철석같이 믿었던 생각이나 의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언행을 하면서도 그것이 타당하다 여긴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난 후에도 어떻게든 그 선택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믿으려 애쓰고, 명백한 판단착오였음에도 끝까지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우기는 게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이다.

조지 오웰이 만든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을 동시에 품거나 받아들이는 경우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는 여우와 포도 이야기가 있다. 나무에 열린 포도를 따먹으려 시도하던 여우는 끝내 실패하자 “저 포도는 분명 덜 익어서 신 포도일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자기합리화에 급급하면서 누군가를 공격할 때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인지부조화 운운하는 경우가 더 많다. 

교회 안에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 많다. 무엇인가 신념에 찬 듯 행동하다가 자신의 문제에 정반대의 경우가 생기면 그것을 합리화하려 애쓴다. 심한 경우는 최소한 자기가 했던 말조차 부정하고 그것과 상반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이다. 자기 합리화에 찌든 추악한 군상들을 보다 보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우리 신앙인들처럼 세상의 권세와 영적 싸움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중적인 잣대를 버리고 자기 자신에게 오히려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어야 인지부조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신앙인답게 선한 싸움을 싸우며 살아갈 수 있다.

과연 나는 하나님 편에 서 있는지, 과연 내가 하는 이 방법, 내가 가는 이 길이 선하고 바른 것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어 보는 꾸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느 책에 나온 글이다. “네 분의 신학자가 여러 종류의 성경 역본을 놓고 어느 역본이 가장 좋은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이 한 역본을 집어 들며 문장이 짧아 힘이 있고 강한 인상을 준다며 자랑했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이 학문적 스타일의 성경을 들어 올리며 히브리어·헬라어 원문에 가장 가까운 성경이라고 극찬했다. 이에 질세라 그 옆 사람이 가장 최근에 번역된 성경을 보여주며 단어와 어휘가 현대적이어서 현대인들의 취향에 잘 어울린다며 적극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제일 구석에 있던 사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제 아내의 역본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이 깜짝 놀라 정말로 아내가 성경을 번역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는 ‘그래요. 제 아내는 삶을 통해 성경을 옮겼지요. 그 역본이 지금까지 제가 본 성경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역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최근 감리회 안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분쟁들은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붙인다 해도 결국 추악한 자기 합리화이며 인지부조화가 드러내는 부작용일 뿐이다. 서로가 하나님의 의를 주장하며 다투고, 서로가 법과 규정을 들먹이지만 정작 법을 제대로 지키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창해일속(滄海一粟), 한 줌에 불과한 권세를 휘두르며 오늘만 살아가는 것처럼 행동하는 하루살이들. 이단공단(以短攻短), 개혁이니 적폐청산이니 거창한 미사여구를 나열하지만 정작 자신의 행태가 그런 줄은 깨닫지 못하고. 일어탁수(一魚濁水), 만용으로 가득 차 온통 세상을 흙탕물로 만드는 잔재주꾼이 교회 안에도 분명히 있는 모양이다.    

삶으로 보여주지 못한 정의, 삶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법은 아무 소용이 없음에도 규정을 들먹이며 꼼수를 찾아내고, 그저 목소리를 높여 거짓과 위선을 포장하는 행태를 보면서, 소이부답(笑而不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는 감리교회의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