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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림, 우리 모두의 노력과 연대 필요"자살 예방 나선 국가와 사회, 그리고 나서야 할 교회

얼마 전 한 유력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면서 자살문제가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살국가’라는 오명 속에 지속적인 자살예방운동 전개 및 확산으로 최근 적게나마 자살률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자살문제의 심각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땅의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야 할 사명을 위임받은 교회야말로 중심적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생명의 다리'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포대교 난간에 희망을 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심각성 인식한 각계, 사회적 책무 감당 노력

지난달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 한동안 각종 매체에서는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죽음의 방법과 사건 현장의 모습은 물론, 일부 언론사에서는 고인의 시신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장면까지 생중계하는 도를 넘은 행태를 보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듯 섣부른 유명인에 대한 자살보도가 모방자살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함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십여 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직전년도 인구 10만 명 당 26명에서 이듬해 31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물론 급증의 원인을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으로 한정지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외에도 인기 연예인들의 자살 이후에 자살자 수가 일제히 증가하는 통계가 확인되는 것을 볼 때 유명인에 대한 자살보도의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평소 존경하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자살할 경우, 해당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따라서 목숨을 끊는 현상을 두고 ‘베르테르 효과’라 명명한다. 과거 독일의 문학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처음 간행됐을 당시, 독자들 중 일부가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의 고뇌에 공감한 나머지 베르테르와 같이 자살까지 시도한 사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자국 언론에 대해 자살 보도를 자제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몇몇 국가에서는 아예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3년 △‘자살’ 단어 표현 자제 △관련된 상세내용 언급 자제 등의 내용을 담은 자살보도권고기준을 마련해 공포한 바 있다. 이후 언론에서의 자살보도 방식이 변화해가면서 자살률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며칠 전에는 권고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이 발표되기도 했다.

여전히 엄격한 제재 등에 있어서는 보완될 부분이 남아있지만 언론을 비롯한 각계가 자살 예방을 위해 사회적 책무를 인식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인 결과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는 자살 예방을 국가가 나서야 할 주요 사업으로 정하고 올해 초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교회 내 자살 문제…목회자 인식 개선 필수

아쉽게도 이 같은 변화에 있어서 둔감한 곳 중 하나가 바로 교회이다. 오늘도 많은 교회 강단에서는 “자살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는 설교가 선포되고 있는데, 교리에 치중한 나머지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자살한 성도에 대한 목회자의 장례 집례 여부가 교회 안에서 논란이 되는 것 역시도 여전히 교회 안의 자살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교회를 넘어 사회적으로 자살 예방을 이끌어 온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언론매체 중에 하나는 설교라고 생각한다”며 “약 1000만 명의 국민들이 일주일에 한 번 30분 간 집중해서 듣는 설교에서도 자주 자살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 만큼, 설교에서도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 교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는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이하 라이프호프)를 통해 일선의 목회자들과 함께 매년 설교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중요한 부분은 보도의 가이드라인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조심해야 될 부분에 대한 목회자들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살에 대한 내용을 설교 예화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일례로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좇은 나머지 생명을 하찮게 여긴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과 가벼운 설명은 피해야 함을 지적했다. 자살한 성도의 장례 참여 역시 교리보다는 목회적 차원의 돌봄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다행인 것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생명문화 홍보를 통해 한국교회 내 관심과 참여,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차원의 자살 예방 컨설팅 및 관련 설교를 요청하는 것에서부터 교단 차원의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교단 최초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 최기학 목사)가 ‘자살에 대한 목회적 대응’, ‘자살 위험에 있는 이들을 알아보기’, ‘자살 발생 후 대처하는 일’ 등을 담은 지침서를 펴내 전국 교회에 전달했다. 자살자의 장례를 위한 예배문과 설교 지침 등도 포함됐다. 감리회 역시 두드림자살예방중앙협회라는 본부 인준기관을 두고 있지만 감리교회 내 연계는 아직까지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 라이프호프 이사장인 임용택 목사(안양교회)는 “목회를 하면서 교회 안의 자살에 대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사실을 몸소 절감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로 인해 유가족들이 받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살리라는 주님의 명령을 위해 개체교회 차원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움직일 때”라고 당부했다. 임 목사는 올해 제6회 생명보듬주일(9월 9일)을 맞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설교문을 준비하기도 했다.

지난해 파주 운정호수공원에서 라이프호프가 진행한 고양·파주지역 '생명보듬페스티벌' 참가자들이 호수공원을 걷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한국교회…종교 넘어선 문화로

한편 라이프호프는 세계자살예방의 날인 매년 9월 10일을 전후해 생명보듬주일을 정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생명을 살리는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자살 예방을 위해 함께 예배하는 주간으로 지키며, 한국사회의 자살문제의 심각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기도와 후원 동참을 요청할 예정이다.

또한 각 지역별로 진행되는 제5회 생명보듬페스티벌 ‘LifeWalking’에서는 걷기대회와 함께 각종 공연 및 체험 행사 등이 열려 생명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1일 고양·파주 지역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서울과 경기, 충청 등 전국적으로 이어진다.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는 안양교회를 비롯한 지역교회들이 주축이 되지만, 교회 이름이 아닌 지역사회 NGO의 이름으로 참여하게 된다. 종교를 넘어선 지속 발전 가능한 지역 밀착형 행사로 만들어 지역사회의 생명 망을 구축하는 데 최종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기독교 등 종교계를 자살예방 행동계획의 주 파트너로 삼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의 대표 격이 라이프호프는 앞으로도 교회와 지역이 함께하는 자살 예방 및 생명문화사역을 전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성돈 교수는 끝으로 “생명은 절대적 가치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도 귀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우리의 모든 것을 드릴 수 있는 게 신앙이고 기독교적 가치”라며 “자살을 예방한다는 것은 어느 누가 아니라 이 사회 모두의 노력과 연대를 통해 이뤄진다”고 전했다.

정원희 기자  whjung@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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