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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목사의 송곳니…‘외침’으로 뽑자폐쇄적 교회 분위기 속 난무하는 성폭력, 비리, 스캔들
상처의 몫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전가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퍼지기 시작했던 지난 1월, 교권의 언론탄압으로 신문이 파행되면서 본 기사가 보도되지 못했습니다. 최근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 판결 논란으로 다시 불거진 '미투' 이슈와 더불어 교회 안에서도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처치투'(#ChurchToo)를 픽션으로 재구성한 기사를 이번호에서 전해드립니다. <편집자주>

 

은혜(가명)는 부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상처 받은 마음을 다시 회복하고자 했지만, 교회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 뿐 은혜를 내쫓기 바빴다.

 
미투, 그리고 처치투를 이야기하다
#1

목사님한테 당했다. 1월 29일, 한 순간에 내 삶은 멈춰버렸다. 부목사님이 나를 청년부실로 부르고, 내가 그 방에서 울면서 나왔던 그 순간까지. 그날 이후 나의 시간은 하나님 앞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나를 괴롭히는 건 내 자신이었다. 그 순간을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해 봤지만, 목사님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내가 느낀 이 감정이 괜찮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다보니 하루는 이런 착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목사님을 좋아했나? 나도 그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 건가?’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내 자신도 믿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게 싫었다.

누구한테 말해야 할까. 누구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 끝에 담임목사님을 찾아갔다. 돌아온 건 그저 쉬쉬하라는 말 뿐이었다.

“누구누구 알고 있니? 우선 가만히 있어. 알려져 봤자 너만 힘들 거야. 나도 딸 가진 아빠로서 조용히 해결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담임목사님과 만난 이후에, 며칠 간격으로 부목사님에게 문자가 왔다.

“담임목사님한테 찾아갔다는 얘기 들었다. 미안하다. 한 번만 용서해주라. 나한테 실망하고 상처받을 불쌍한 내 딸 수민(가명)이, 수민이를 봐서라도 용서해줘라. 내가 조용히 나갈게….”

“답장이 없구나. 카톡이라도 읽지… 결국 이렇게 해야하는 거니”

“너와 있으면 너무 행복했다. 예쁘고 어린 너가 내 앞에 있으니 함께 있고 싶었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 착각했다. 내가….”

“연락 좀 받아줘라.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번 일이 소문나면 널 찾으러 갈 거다.”

토 나올 것 같았다. 괴물의 표정, 무서운 눈빛으로 나한테 다가왔던 어둠이 떠올라서 괴로워 잠조차 잘 수 없었다.

며칠 후 담임목사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약속 장소에는 그 사람도 있었다. 꽤나 괴로웠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눈도 못 마주쳤다. 그런데 담임목사님은 그 사람에게 “몇 년 동안 반성하고 있어라. 만약 나중에라도 갈 교회가 없거든 날 찾아와라”라고 말했다. 담임목사님은 내 아픔 따위 관심도 없었다.

#2

그 사람이 교회를 떠나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날 밤은 없던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내 머릿속에서 도려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화살은 나에게 돌아왔다. 성도들은 “그 목사랑 은혜(가명)랑 불륜관계였대. 은혜가 매일 교회에만 있더니…”라고 말하며 나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죽고 싶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화가 나고 억울했다. 나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은 1월 29일, 그날로 멈췄어야 했는데… 그때 나는 도망쳤어야 했다.

나를 지켜준다던 목사님, 장로님들은 결국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하나님이 나한테 하는 것일까.

#3

인터넷으로만 들었던 ‘목회자 성범죄’,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줄이야.

우연히 켠 TV에서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사가 나왔다.

“고통 받는 미투운동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기도 부탁드립니다.”

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님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목사님들이 진심으로 미투운동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긴 하는지 궁금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목사님들 중에도 범죄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성범죄 생존자들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했다. 누구에게라도 토로하고 싶었고, 그곳에 가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 가슴은 더 답답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여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기도회에는 우리 엄마와 같은 50대 아줌마도 있었다. 남편과 아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정도로 30년의 시간 동안 혼자서 끙끙 속으로 앓았다고 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줌마의 마음속에선 가해자를 향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는 갓 20살이 된 청년이었다. 너무 예쁜 청년이었는데 모자를 쓰고 고개만 숙인 채 눈물만 닦았다. 그녀는 살고 싶다며 마이크를 잡았지만 약 1분간은 울기만 했다.

“여기 계신 분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시겠죠. 저도 한때는 신실했던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제 교회에 나가지 않아요. 하나님을 믿었던 삶과 지금의 삶이 별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저에게는….”

기도회에 온 모두가 다 함께 울었다. 그때 한 목사님께서 말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니에요. 의자를 ‘의자’라 부르듯 그 사람은 ‘괴물’이에요. 우리는 그 사람이 ‘괴물’이라는 것을 반드시 세상에 알려야 해요.”

#4

나는 가만히 있지 않기로 결심했다. 교회 성폭력 상담센터를 찾아갔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시 담임목사님과 마주앉게 됐다. 여전히 담임목사님은 똑같았다.

“이미 교회에서 덮으려고 하는 사건을 왜 다시 얘기하는 거야? 상담 선생님, 저는 노력했어요. 그런데 은혜가 제 말을 듣지 않아서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교회 안에 혼란만 일으키고…. 너 때문에 내가 설교 준비가 어려워 요즘.”

아무 말도 못했다. 억울하고 가슴이 아팠다. 피해자인 내가 왜 잘못했다는 건지, 그리고 왜 그 사람이 피해자라고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5

우연히 책 한 권을 알게 됐다.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라는 책인데,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을 대표하는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의 성추행에 관한 내용이다. 요더는 교수로 재직하며 자신의 연구논문을 위해 20여 년간 여학생들과 조교를 성폭행했다. 그런데 메노나이트 교단은 정보를 통제하고 피해자들을 무력화하며 요더를 지켜주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읽혔다. 책 속의 피해자가 나였고, 가해자가 목사였기 때문이다.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구절도 있었다.

“엘리트 성직자들은 그 사람에 대한 공격이 전체 엘리트 집단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고소당한 사람들을 도우려고 할 것이다. (생략)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신은 성을 착취할 수 있고 당신의 동료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인하거나 당신이 일할 장소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성을 착취한 당신을 보호해줄 것이다.”(책 37p 중에서)

몇십 년이 지났지만, 교회는 똑같았다. 그 사람의 거취를 알아봐주겠다고 하던 담임목사님과 그 괴물의 행동을 믿지 않는다며 나를 손가락질하던 성도들의 모습들까지.

요더는 목회 정직 처분을 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자신은 결코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국 요더의 실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여성들의 외침에서부터 시작됐다. 여성들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의 피해를 폭로하고 변화를 이끌었다.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청년회장 에스더(가명) 언니한테 카톡이 왔다.

“오늘 전도사님한테 너 얘기 들었어. 처음에는 너도 피해사실을 숨겼는데 이제 와서 왜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냐고 하더라. 혹시라도 힘들면 이번 주 찬양팀 연습은 안 나와도 돼.”

에스더 언니는 내가 진작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모르나보다. 그 일이 있은 뒤, 담임목사님도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교회를 그만두었다. 고등부 때부터 섬겼던 찬양팀 사역도 못하겠더라. ‘교회 물을 흐린다’고 말하는 성도들 중에서 누가 내 찬양을 듣고 은혜를 받을까 싶었다.

만약 나에게 1월 29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담임목사님과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다면, 내 얘기를 들어줬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이번 주일에도 찬양팀 싱어로, 청년부 목자로 예배를 드렸을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없는 교회, 그렇기에 용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박은정 기자  nemo@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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