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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회개
박은정 기자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매주 목회자 성범죄 사건 소식과 피해자들을 마주한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고 싶다가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게 된다.

때문에 주말 동안 알 수 없는 가슴 답답함을 느끼며 다윗의 삶을 묵상하게 됐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 다윗. 자신의 삶 모든 순간을 하나님께 아뢰며 한 발자국씩 나아갔던 다윗, 하지만 그에게도 결정적인 흠이 있었다.

바로 간음이다. 다윗은 여러 처첩들을 두며 자녀들을 낳았다. 그리고 전쟁 중에 자신의 부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가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정욕을 이기지 못해 간음을 저지르고 만다.(삼하 11:2~5)

그날 밤 일은 조용히 덮어질 수 있었을까. 불행히도 밧세바는 다윗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이후 다윗은 자신의 죄를 감추고자 전쟁에 나가있던 우리아를 불러 ‘집으로 내려가 발을 씻으라’고 말하며 밧세바와 동침할 것을 유도한다.(6~8절)

그러나 다윗과 달리 우리아는 정욕이 아닌 하나님과 왕을 향한 충성심으로 전쟁 현장을 지킨다. 다윗은 자신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우리아를 교묘히 죽이고 오히려 부하들에게 ‘이 일을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25절)

서론이 길었지만 다윗을 묵상하며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왜일까. 하나님이 주신 권위를 이용해 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기보다 죄를 덮고자 급급해 하는 모습은 마치 목회자 성범죄 사건을 취재할 때마다 마주하는 패턴과도 너무나 닮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다윗의 결말에 집중해야 한다. 열왕기상 15장 5절을 보면 하나님은 ‘다윗이 헷사람 우리아의 일 외에는 평생에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고 자기에 명령하신 모든 일을 어기지 아니하였음이라’라고 말하며 다윗을 칭찬한다.

간음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백성까지 죽였던 다윗이 하나님께 칭찬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다윗이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또다시 같은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쳤기 때문이다. 다윗은 하나님께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삼 12:13)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그리고 금식하며 자신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의 회개만 받아들일 뿐 밧세바가 낳은 아이의 생명은 거둬 가신다.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시는 하나님이다. 그럼에도 긍휼의 하나님은 후에 다윗과 밧세바에게 아들 ‘솔로몬’이라는 귀한 선물을 허락하신다.

최근 한 여신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통해 자신이 미성년자일 때 목회자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 우울증 약을 먹어왔다고 밝혔다.

여신학생의 아버지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목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증거가 없어 벌 받는 건 어려울지라도 진심으로 사죄라도 해 달라.”

고인의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목회자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감 있게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다윗과 같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던 모습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원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다윗의 회개가 일어나길 기도하는 건 욕심인 걸까.

박은정 기자  nemo@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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