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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운동, 함께 사는 것이 먼저입니다‘함께 살아나는 마을과 교회’ 정재영 교수 인터뷰
종교사회학자가 제시하는 한국교회 회복 대안

수원에 위치한 사랑누리교회는 군소교단인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속의 작은 교회다. 지난 2007년 이곳에 부임한 강일구 목사(현 담임 신성철 목사)는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친밀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주민들과 함께 살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다. 단순히 교회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마을 음악회였다. 교회가 자리한 곳은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지역으로 주민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연 팀은 재능 기부를 통해 섭외할 수 있었고 무대는 교회 마당에 꾸몄다. 공연 준비를 마친 뒤에는 강 목사와 교인들이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가 초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교회 마당은 주민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교회는 음악회 성공에 힘을 얻어 이번에는 바자회를 개최했다. 이미 한 번 교회에 찾아와 부담이 줄어든 주민들도 직접 물건을 들고 찾아와 동참했고, 이렇게 또 한 번 동네잔치가 펼쳐졌다. 바자회 수익금은 동네 중학교에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사용됐다.

지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회를 경계하던 일부 주민들도 점차 부정적인 시선을 거둬들였고, 주민센터와 구청 등 지자체에서는 강 목사에게 지역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작은 교회도 지역과 함께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교회·사회 모두 살 길”

자원 동원 막연한 참여, 부작용 유발

종교사회학자로 오랜 기간 지역교회 운동을 연구해온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최근 출간한 책 ‘함께 살아나는 마을과 교회’에서 “죽어가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교회의 지역공동체 세우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회 밖으로 나가 마을과 하나 된 사랑누리교회처럼 교회가 더 이상 담장 안에 머물지 말고 마을과 함께 살아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역공동체 세우기가 생명력을 잃은 한국교회와 붕괴돼 가는 한국사회, 목회 환경의 변화로 사역의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 모두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지난달 24일 본지와 만난 정 교수는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사회에서 공신력을 잃어버린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부터 참된 종교의 모습을 보여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교회와 지역사회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임을 천명했다. 지역사회의 쇠퇴와 발전이 지역교회의 쇠락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만큼 교회와 지역사회는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교회는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욕구를 파악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에도 중요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동시에 우려도 나타냈다. 마을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그저 전도의 수단으로 여기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지역 활동가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회는 개별로 마을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들에 비해 인적·물적 자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이러한 자원을 동원해 나선다면 자칫 그동안 활동가들이 세워놓은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고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등 마을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먼저 겸손한 자세를 갖추기를 교회에 당부한다. 특히 남들이 다 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미 마을에 도서관이 있어서 잘 하고 있으면 교회가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사회에서 미치지 못하는 곳, 아직 전문성이 없는 곳에 개척자의 정신으로 선지자처럼 일하는 게 의미 있는 활동이다. 성공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 보다는 정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 중심 지역공동체 운동 한계

신학적 배경 갖춘 성도들 참여 필요

정 교수는 지역공동체 운동에 막연하게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교회 및 목회자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선교사들이 전도지 하나 나눠줄 수 없는 현지에서 그냥 사는 게 선교라고 하듯이, 먼저 그 마을에서 함께 잘 살라고 말하고 싶다”며 “목회자의 눈으로 관찰하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주민센터도 가보고 사회복지사도 만나고 공청회도 가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다보면 마을의 필요가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되고 교회가 참여해야 할 부분을 깨달아 자신의 신앙관과 목회 방침 등에 맞춰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가기가 두려울 수 있지만 직접 부딪쳐보는 경험이 없다면 결코 지역에 녹아들 수 없다는 설명도 더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과거 밴쿠버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프로그램 운영에 앞장서는 그랜드뷰교회를 탐방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교회 지역공동체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교회의 사회적 기업 사역 책임자가 복음주의계열 신학교인 리젠트칼리지를 졸업한 평신도였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평신도임에도 신학적 배경을 갖고 사역하는 것 좋아보였다”면서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그런 사역자들이 드물다. 목사가 되면 큰 일꾼이고 평신도는 작은 일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오늘날 대다수 교회의 지역공동체 사역이 목회자들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계를 넘어 앞으로는 평신도 차원에서 진행돼야 함을 피력하며, 성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대한 선교 계획을 바로 세우기를 부탁했다.

정원희 기자  whjung@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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