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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인사개혁의 첫걸음1013호 사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느 조직이건 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사람’이 들어와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인사를 잘못해 조직이 망가지고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이란 불명예로 물러난 것도 따지고 보면 인사를 잘못해서이고, 그 여파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역시 집권 초기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인기가 급락하는 이유도 인사 잘못에서 벌어지는 요인이 크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비난받는 현 정부의 편파적 인사가 빈약한 밑천을 드러내고 ‘내로남불’ 식 뻔뻔함을 더하면서 과거 정권 못지않은 부실한 국가운영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자에 의한 논공행상이나 낙하산 인사는 출발부터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인사를 하는 것과 거리가 있고 만사萬事를 이룰 기대치는 떨어지게 된다. 강릉선 KTX 탈선사고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오영식 사장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굳이 따진다면 이번 일이 사장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겠으나 가혹한 세상의 시선은 낙하산 인사, 비전문가 등용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인사를 비꼬는 표현 중에 ‘깜깜이 인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절차가 투명하지 못하고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커녕 사전 정보조차 차단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종의 코드 인사인데 무조건 나쁘다 규정하기는 곤란하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게 된다. 

과거 감리회 본부의 임원 인사를 보면 대체로 ‘깜깜이 인사’에 가깝다. 감독회장의 판단과 선택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절차였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감독회장 후보 진영에 어떤 ‘자리’를 바라고 참여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본부 임원 선출 과정은 혁명적 사건에 가깝다. 감독회장이 자기의 추천 권한 상당부분을 내려놓고 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추천위원회를 철저하게 비공개로 조직해 지원자들과의 부적절한 접촉을 차단하고 있으며, 감독회장 본인도 누차 인사 청탁을 해오는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로 이번 인사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서인지 6개 부서 총무·원장·사장을 뽑는 이번 절차에 무려 55명이나 지원자가 몰렸고, 지난 17일 4개 부서 심층면접이 실시된 자리는 추천위원들이 휴대폰까지 압수당한 상태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물론 이번 인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개채용 절차에 대한 시비와 불만이 있고, 일각에서는 이미 내정된 인사가 선출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냉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쉽게 말해서 ‘깜깜이 인사’는 아니지만 이른바 몇몇이 짜고 벌이는 ‘짬짜미 인사’가 아니냐는 의심과 시비다. 본부가 후보자나 추천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나름 타당한 이유는 있지만 그런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할 대목은 이번 인사의 공개채용 절차 도입이 철저하게 감독회장의 권한 포기로 이뤄진 일이라는 사실이다. 교리와장정은 그저 감독회장이 해당 국위원장과 협의해 2명의 후보를 국 위원회에 추천하도록 하고 있고, 해당 국위원회는 2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자기 권한대로 선출하면 그뿐이다. 현재 진행되는 임원의 공개채용 절차 및 형식은 철저하게 감독회장 개인의 권한 범위 내에서 실시되는 것이다. 속된 표현대로 자기 맘대로 추천해도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설령 ‘깜깜이’를 그저 ‘짬짜미’로 대체한 것이라 비난한다 해도 이런 시도 자체는 의미 있게 봐줘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18일 처음 실시된 선교국 총무 선출을 보면 그동안 세간에서 의혹을 제기해온 내용과 거리가 있다.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나름대로 공정하게 선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을 모두가 기억하고 인정한다면 이번 일의 과정과 결과는 그 자체보다는 감리교회의 미래를 향한 하나의 이정표로 더 큰 의미를 부여해줄 이유도 충분하다. 이번 인사가 완벽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차차 이런 형식이 자리 잡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하는 합의를 교단 내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말이다.  

개혁 군주로 알려진 정조正祖는 수원 화성을 세우면서 일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모든 일에서 규모를 먼저 정하는 것보다 앞선 것이 없고, 규모 정할 때는 미리 경영하는 것 만한 것이 없으며, 경영에는 적격자를 얻는 게 최고로 중요하다”(凡事如先定規模 規模莫如預爲經紀 經紀又莫如得其人). 간단히 말해서 맨 처음 필요한 것이 청사진을 잘 그리는 일이고, 다음은 미리 경영, 즉 핵심이 되는 일을 미리 검토하는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이 그 일에 적합한 인재를 얻어서 맡기는 것이라 했다.

오늘의 감리교회는 최소한 두 단계까지 일의 순서를 진행시킨 셈이다. 남은 과정이 감리교회의 미래를 향한 소망의 기회가 되도록 이번 인사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 추천위원이나 선출권을 가진 국 위원들, 지원자 모두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처신을 보여주길 기하는 마음이다.   

기독교타임즈  webmaster@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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