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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게 하시는 하나님곽정근 목사(육군 제3포병여단)
곽정근 목사

어릴 적 방학이 되면 콩나물 공장을 하시던 고모부 댁에 놀러가곤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참 재미있었습니다. 먼저, 콩이 담긴 포대자루를 뜯어 콩을 물에 불리고 까만 통에 적당히 담아 차곡차곡 정리해두면 정해진 시간마다 자동화 기계가 골고루 물을 줍니다. 그러면 통 아래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물이 싹 빠져 나갑니다.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해서 콩나물이 자라기는 할까?’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싹을 틔우고 자라서 어느새 납품하기 좋은 크기로 길쭉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만 줬을 뿐인데, 그것도 물은 다 빠져나가는데 콩이 나물로 자라는 신비를 본 것입니다.

작년 6월, 양구에서의 군 사역을 마치고 제3군단 3포병여단으로 전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사역지에서 받은 은혜와 사랑이 놀라워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사역지로 이동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3포병여단은 제가 처음부터 오고자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21사단 63연대에서 사역을 마무리할 즈음 새롭게 갈 임지를 정하게 되었을 때, 새로운 임지의 선정조건은 출산하는 아내에게 무조건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어른들이 산후조리와 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철원지역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습니다. 양구에서 대도시로 가려는 것도 아니고 전방에서 전방이라 어렵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신교대에서 받은 은혜와 사랑을 철원 GOP 부대에서 쏟아내고자 하는 선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보직이동기준이 바뀌어 연대에서 연대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1·2·3지망을 정해서 이동소요가 있는 부대로 옮기는 시스템이라 이번엔 철원 근처에 포천지역을 가보려 1·2지망엔 포천에 있는 부대들을 쓰고, 3지망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군단 목사님으로부터 3포병여단이 공석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의 본고장, 그것도 인제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 자리 잡은 옛 유배지 현리.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기도하면 그곳에 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마음을 주시는 것입니다. 아내에게 3지망이 아닌 1지망에 3포병여단을 쓰겠다고 한 날, 임신한 아내에게서 날아온 다섯 글자의 메시지는 “니가 키울래?”였습니다. 3지망은 보통 잘 안 된다는 설득을 하고 만약 그래도 하나님이 보내시면 가겠다고 아내가 이야기 하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도 참 평안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뱃속에 있는 아기까지 우리 네 식구는 인제 현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의 두려움과 걱정을 뛰어넘어 일하셨습니다. 좋은 부대, 좋은 교회, 좋은 성도들을 만나 행복한 목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반년이 흘렀습니다.

19년 혹한기 훈련을 준비하며 교회 집사님들과 함께 위문품을 1500개를 포장하여 훈련 전 미리 예하에 있는 부대들을 순회하며 안전기도회를 갖던 중이었습니다. 한 대대에 가서 혹한기 훈련을 통해 다가올 수많은 인생의 혹한기를 대비하고 헤쳐 나갈 지혜를 얻자고 격려하고 나오는데 한 형제가 따라 나왔습니다. “목사님, 혹시 21사단 신교대 목사님 아니십니까?” 맞다고 하자 너무나 밝은 얼굴로 그 형제는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 21사단 신교대 출신입니다. 그곳에서 말씀을 듣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유난히 총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 형제에게 지금도 교회를 다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예,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날 그 형제를 꼭 안고 마음을 다해 축복기도를 해주고 돌아왔습니다.

21사단 신교대에서 복음을 전하고 훈련병 형제들에게 세례를 베풀 때마다 잃어버린 하나님의 아들들이 돌아오는 것에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며 한편으론, 과연 세례를 받은 형제들 가운데 몇 명이나 자대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갈지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콩나물 공장에서처럼 씨도 뿌리고 물도 주었지만 자랄지가 걱정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곳에서 심는 이와 물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고 영적인 생명을 각 사람위에 불어 넣으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 것입니다.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 위대하신 그분의 일하심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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