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유관순, 그리고 동대문교회1021호 사설

유관순 열사의 독립유공자 서훈이 격상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유관순 열사의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을 현재의 3등급 독립장에서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격상시키기로 의결했다.

우리나라의 독립유공자 서훈인 건국훈장은 1등급인 대한민국장부터 대통령장·독립장·애국장·애족장 등 5등급으로 돼 있으며, 유관순 열사가 훈장을 받은 1962년 당시는 3개 등급밖에 없어 그동안 가장 낮은 등급의 유공자 대접을 받아 논란이 돼 왔다. 

국가보훈처에서 유공자들의 훈장을 정할 때 독립운동과 옥고를 치른 기간, 당시의 지위, 독립운동사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유관순 열사의 경우 천안에서만 활동한 지역 운동가이며 투옥 중 숨져 수형 기간이 1년여로 짧다는 점이 낮은 등급을 받게 했다는 분석이다.

3·1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의 훈장 등급이 낮아 대통령이 헌화할 수도 없다는 지적은 훈장 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꾸준한 논의로 이어졌고 한번 정해진 등급은 바꿀 수 없다는 규정에 고심해 온 정부는 100주년을 맞아 ‘국위선양’이라는 명분으로 또 하나의 훈장을 추서하는 방향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 1등급 훈장을 받은 분은 김구·안창호·안중근 등 30명으로 알려져 있다.

유관순 열사를 대표적 인물로 내세우는 감리교회의 입장에서는 유 열사의 서훈 격상이 반갑고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감리교회가 별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과거 역사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솔직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감리교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 기념행사를 갖는다고 발표했고 또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염려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행사 위주이고 산발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학술행사도 필요하고 만세길 걷기도 의미가 있지만 감리교회 차원에서 이런 행사들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컨트롤하지 못하면 그저 100주년의 한 시기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또 한번의 과거 찬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0년 이전을 기억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또 다시 100년을 준비하는 자세로 3·1운동, 그날을 기념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 일을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선교 정책 및 전략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만세길 걷기’를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역사 순례의 코스로 정착하는 홍보와 관련 시설 정비도 필요하고, 감리교회의 역사 인물들을 재발굴·재조명해 기억과 기념의 대상을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또 서울연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동대문교회와 같은 역사 유적을 보전하고 기념하는 일도 교단적으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몇몇의 잘못된 판단으로 교회가 허물어지고 지금은 그저 성곽 터 공원으로 전락해버린 동대문교회 자리는 감리교회뿐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
이다. 

1892년 스크랜튼 선교사에 의해 우리나라 세 번째 감리교회로 세워진 동대문교회는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시기, 병원과 교회를 함께 세워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민중들, 특히 여성들의 구제와 복음 전도에 힘을 쏟았다. 3·1운동 당시는 만세시위의 주요 거점이었으며, 손정도·김상옥과 같은 민족운동의 지도자들을 길러냈다. 일본의 반역사적 만행 위안부 참상을 세상에 폭로한 것도 동대문교회에 다니던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이다.    

이 교회의 시대적 역할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 잡아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지켜주는 등대와 같은 사명을 감당했다.     

이런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와 민족·민주화 운동의 유산이 한양 도성 성곽 복원과 공원화 사업의 미명아래 사라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감리교회의 책임도 상당함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교회가 허물어진 자리, 공원으로 변해버린 통탄의 현장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동대문교회의 복원에 힘을 쏟겠다는 서울연회의 방침을 공감하며 지지한다. 필요하다면 연회가 아니라 교단적 사업으로 이 일을 확대해 자랑스런 감리교회 역사와 문화유산이 복원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기독교타임즈  webmaster@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