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정진식 목사의 오케스트라 예찬
웨슬리와 다성음악정진식 목사(음악박사, 감리교교향악단 대표)

내가 감신에 입학했던 1982년이었다. 첫학기에 서울에 있는 대형교회부터 가까이에 있는 지역교회까지 시간날 때마다 찾아 다니면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한 학기 정도 오케스트라가 있는 교회를 정하여 계속 출석하기도 했다. 그 때 이런 사건이 있었다. 주일예배 시간이었다. 나는 당시 성가대원으로 봉사하고 있었는데, 지휘자가 찬양곡을 갑자기 바꾸었다. 우리는 11시 예배 소속 성가대였는데, 9시 예배 성가대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새로운 곡을 작곡하여 드리던 성가대의 찬양이 너무 길어지고 끝날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담임목사님이 종을 쳐서 찬양을 중단시키고, 통성기도를 한 후에 설교를 시작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짧고 은혜로운 곡으로 바꾼 것이었다.

도대체 찬양이 얼마나 길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작곡자는 당시 나같은 신학생도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분이었고, 그 분이 작곡한 성가합창곡은 감신합창단에서도 정기연주회 때 무대에 올릴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어느 선배는 그 곡이 너무 좋아서 자기 파트를 다 외워 콧노래처럼 부르며 기숙사에서 걸어 다니기도 했다.

미국에 와서 음악공부를 하며, 한국에서 읽었던 음악사책을 다시 읽었다. 음악사는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너무 힘든데, 메마른 땅에 단비같은 표현이 눈에 들어 왔다: “하이든은 전문가도 만족하고 아마추어도 만족할 수 있는 음악가였다”(He always aimed to please both the ordinary music lover and the expert). 성가대 찬양을 중단시켰던 옛날 사건을 떠올리며, 교회음악이 일반 교인들이 보기에 너무 어렵지 않고, 전문가가 보기에 너무 유치하지도 않은 음악이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이런 표현은 교회 내 찬양관련 사역자들에게 목회자가 줄 수 있는 좋은 지침 중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웨슬리의 일기를 읽어보면, 지나치게 ‘전문적인’ 다성음악(polyphony)에 대해 혹평을 하고 있다. 찬양이 복음과 말씀을 실어서 전해야 하는데, 다성음악은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다성음악은 서로 다른 멜로디가 동시에 제 각기 고유한 소리를 내면서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예술이며 합창분야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그 절정을 이루었다.(YouTube 검색 “Palestrina - Agnus Dei from the Pope Marcellus Mass”; 현대 악보로 옮겨 적어 실감이 덜할 수 도 있음) 웨슬리가 사역하던 당시에도 여전히 이 다성음악의 전통이 남아 있었고, 웨슬리가 방문하는 교회에서 지나치게 ‘전문적인’ 다성음악을 성가대가 찬양할 때, 웨슬리는 거부반응을 보였다. 어쩌면 찬양을 중단시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존 웨슬리는 순회하는 지역마다 누구나 즐겨 부를 만한 민요나 창작곡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여 편집한 후 찰스 웨슬리의 가사를 입혀 출판했다. ‘유치’하지 않게 하는 작업은 음악가들의 도움을 받았고, 이 전통은 두 세대 후 찰스 웨슬리의 손자 음악가 사무엘 세바스찬 웨슬리(Samuel Sebastian Wesley, 1810-1876)에게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존 웨슬리의 찬송지침(Google검색 “Wesley’s Directions for Singing”; kmctimes.com에서 나의 이전 글 참조)과 당대에 출판된 찬송집을 살펴보면, 그리고 웨슬리가 매일 시간을 정하여 시편가를 부르고 새찬송을 연습할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부르고 가르치기 위해 플루트까지 연습하고, 가사전달을 방해하지 않는 다성음악이나 예배상황에 적절한 오르간 음악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웨슬리는 하이든처럼 ‘전문가’나  ‘애호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찬송집을 출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나는 해석하고 싶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찬양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답하며, 웨슬리가 당시 목회현장에 적용했던 실천의 훌륭한 전통 위에, 우리가 섬기는 교회에 주어진 고유한 목회현장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기독교타임즈  webmaster@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