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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은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계승해야 할 정신”홍정호 목사(신반포교회)

「3·1 정신과 ‘以後’ 기독교」김광현 외 13인 지음 /모시는사람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의 해이다. 일제의 주권 침탈과 무력 강점으로 인한 민족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나선 항일 독립운동이 역사적인 한 세기를 맞이한 것이다. 3·1운동은 당대 민족운동의 여러 지류支流들을 모아 통합된 독립의 에너지로 창출하는 구실을 함으로써 임시정부 수립을 비롯한 이후 다양한 민족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독일의 문화학자 알라이다 아스만(Aleida Assmann)은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냉담한 전문지식의 나열이 아닌 정체성 확보의 문제이자 현실의 해석이며, 가치의 정당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를 기억하는 행위는 ‘어떻게’ 기억할 것이며, ‘얼마나’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된 정치적 주제이다. 기억은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을 모으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을 구성한다. 그렇기에 기억은 언제나 하나의 담론談論으로 구성되며, 그렇게 구성된 기억 담론은 공적 영역에서 파급력을 갖는다. 이런 맥락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오늘날 다시금 3·1운동의 ‘의미’를 기억하는 행위들은, 100년의 시공간을 넘어 그것을 하나의 기억 담론으로 구성해 냄으로써 오늘의 ‘운동’으로 계승해 내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다.

이 책 「3·1정신과 ‘以後’ 기독교」는 3·1운동의 신학적 의미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재조명하는 열네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글은 다시 네 개의 장으로 배치되어 있다. 제1부 ‘3·1정신과 동북아 평화’는 3·1운동의 종교사적 의미를 밝히고, 3·1운동의 정신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이은선은 3·1운동에 있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유교의 역할을 재조명하며, 유교적 바탕 위에서 기독교가 3·1운동에 적극 나설 수 있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최태관은 3·1운동이 기독교만의 운동이 아닌 ‘종교들의 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3·1운동이 종교간 화해와 협력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최성수는 3·1운동의 정신을 ‘3·1영성’으로 명명하며 한반도에 국한된 평화실천을 넘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영성적 실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2부 ‘3·1정신과 좌우 이데올로기’는 좌우의 이념대립을 넘어 독립을 위해 힘쓴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소개한다. 이정배는 몽양 여운형이 기독교인의 자의식을 가지고 좌우합작론을 펼친 것에 주목하여, 몽양의 좌우합작론이 한국 사상(종교)의 자양분 속에서 결실을 맺은 정치의식이자 기독교정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노종해는 해석 손정도 목사의 독립활동을 소개하면서 개인의 구원으로부터 사회와 역사의 구원에 이르는 신앙인의 모범으로 해석을 재조명한다. 김종길은 이제까지의 독립운동에 관한 연구가 반공적 편향성에 사로잡혀 왔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초기 사회주의운동이 독립운동에 끼친 영향들을 고찰한다. 홍승표는 약소민족과 작은 이들의 벗이 되었던 초기 내한 선교사들의 독립운동 활동을 소개하면서 3·1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부 ‘3·1정신과 통일신학’은 3·1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며 남북 간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네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김광현은 3·1운동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형성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3·1운동 이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향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정호는 3·1운동의 혁명적 정신의 토대 위에서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계몽이 아닌 사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혜진은 통일신학자 박순경의 삶과 사상을 조명함으로써 한국 기독교 내의 뿌리 깊은 반공의식을 극복하고 통일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호는 분단과 전쟁의 상징인 DMZ의 생태를 보존함으로써 3·1운동의 평화정신을 계승하고, 남북이 함께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제4부는 ‘3·1정신과 3·1영성’은 3·1운동에 관한 연구들이 주로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정훈은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항일과 통일의 노래로 재해석하여 ‘아리랑’을 평화통일의 노래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은록은 한국 근대 미술사에 드리운 친일의 그림자를 비판하며 예술과 삶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최대광은 이성적 근대화에서 영성적 현대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차이에 대한 혐오와 증오로부터 상대의 아픔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적 관조의 눈이 열려야 한다고 말한다. 3·1운동의 내적 힘은 결국 영성적 주체로 선 이로부터 나온 힘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 목소리로 3·1운동이 100년 전 역사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계승해야 할 정신이며, 실천해 나가야 할 운동이라고 말한다.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이 남긴 상처는 3·1운동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아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3·1정신이 추구한 자주독립, 자유민주, 인류공영의 평화정신의 실현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시대 기독교신앙이 3·1정신이 세워놓은 이정표를 따라 걷는 오늘의 독립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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