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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를 지향하며1032호

정치권이 연일 막말 논쟁으로 시끄럽다. 일상에 지친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주기는커녕 연일 막말로 편 가르고 싸움박질 하는 것이 볼썽사납다. 아무리 정략적 이유가 있다 해도 최소한의 품위, 인간적 예의까지 잃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까지 막말이라고 매도해 입을 막으려 들거나, 막말이 잘못이라 하면서 또다른 막말을 퍼붓는 것도 결코 정상은 아니다.

최근 막말 논란에는 종교인도 끼어있다. 한기총이란 단체의 대표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해서 시끄러운 모양이다. 우선은 감리교회가 그런 단체에 가입해 있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전 감독회장 시절 그 단체에 가입하자는 청원을 총실위에 상정하려던 시도가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순간이었다.  

한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그리 흥분할 일은 아니다. 한기총의 대표란 이가 원래 그런 정치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인물이고, 그 이의 행보를 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기총이란 단체의 이름을 내걸고, 마치 한국 기독교의 입장인양 그런 언사言辭를 쏟아냈다는데 있으니 그런 인물을 대표로 뽑아놓은 한기총이 우선 책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냉정히 말하면 비판하는 이들 역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자격은 없다. 그저 자기 시각과 입장에서 주장을 하는 것뿐인데 막말을 했다는 사람이나 그 이를 비판하며 같이 막말을 한다면 그다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진보진영이야 인정할리 없으니 하나마나한 지적이겠지만, 이전 정권에서 수시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사사건건 대통령의 책임을 묻던 일도 잊어서는 곤란하다. 진보진영은 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놀랍게도 상대방의 의사표현에 대해서는 너무 인색하다. 교회협의 지적대로 무시하면 그만인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정치와 이념이 사고의 중심이 되면서 이성이 마비되고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조차 사라져 공동체의 분열상을 노출하고 있다. 교회마저 그렇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감리교회도 그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악몽처럼 이어지는 교단 내 다툼과 갈등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때그때 알량한 권력을 남용해 상대방을 짓누르거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저 흠집내기를 위한 근거 없는 비방과 막말을 일삼는 것이 공공연하다.
문제가 생기면 충분히 들어보고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입을 틀어막고 봉합하는 것으로 사태를 풀려는 관행도 문제다. 재선거·보궐선거로 누더기가 된 현재 감리회의 모습은 그런 방법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는 교훈이 된다.   

반대되는 의견을 당당하게 들어줄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 현안들을 풀어갈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열린사회’를 주창하면서 “상대방이 옳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노력할 때 진리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관계나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기도 전에 이미 판단해 단죄하고 나면 더 이상의 대화나 소통은 어렵다. 그저 힘겨루기를 통한 승자와 패자가 있을 뿐이다. 서로가 들어주지 않기에 세상은 더 큰 소리, 더 자극적인 막말로 치닫는 건지도 모른다.  

얼마 전 전국 임원대회가 원주에서 열렸는데,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동이 있었다. 원래 강사로 선정된 이가 동성애인지 페미니즘인지 옹호하는 이라 해서 일부에서 거세게 반대했고 결국 교체됐다. 반 기독교적인 인사를 강사로 세우거나 그런 강의를 듣는 것은 당연히 삼가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당시 강의 주제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고 강사들도 기독교계에서는 꽤 알려진 이들이어서 그런 비난 여론을 근거로 강사를 교체한 일은 아쉬움이 남는다. 

편가름을 우선해 교회 안에서, 같은 기독교인끼리 충분히 나눠야 할 대화조차 막아버린다면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세상과 영적 싸움을 전개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조선 시대 학자인 율곡栗谷은 “언로가 열렸느냐 혹은 막혔느냐에 나라의 흥망이 달려있다.言路開塞 興亡所係”고 말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정치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지만, 교회도 마찬가지다.

감리교회의 성숙한 발전을 기대한다면 언로는 열고, 성경과 복음의 진리에 더해 이성과 상식으로 현안을 파악하고, 더불어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막말은 곤란하지만 언로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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