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살며 사랑하며
물이 안 나온다조남권 목사(공주 견동교회)

물이 안 나온다. 지금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물이 안 나온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혀 안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하루 24시간 가운데 몇 시간만 나오는 실정이다. 그것도 시원하게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졸졸 나올 때가 많다. 이 무더운 여름에 샤워는 물론 화장실 이용도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많이 불편하다. 특히 토요일과 주일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데 주일의 경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나올 때가 많다. 주일 날 교회 오시는 교우들 화장실 문제도, 점심식사 준비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물이 안 나오게 된 사연인 즉 이렇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은 여느 다른 농촌과는 달리 집단부락을 형성하고 있어서 여러 세대가 모여 살고 있다. 그래서 일찍이 마을수도라는 게 설치되었다. 대도시에 설치되어 있는 광역 상수도 개념과는 다르다. 시청에서 마을에 대형 관정 시설 해주면 그것을 물탱크에 모아서 각 세대에 공급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일 년에 한두 번 고장 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극심한 가뭄으로 근 50일이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던 지난해 2018년부터 물 사용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새로 바뀌면서 인근 공주보, 백제보를 개방했다 닫았다 하는 통에 지하수 수위가 내려간 것도 이유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 견동교회의 경우 마을에서 지대가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타격이 더 심한 실정이다.

2019년의 경우는 4월 말부터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지난 겨울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서 가뭄의 정도가 더 심하다. 한반도가 대가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뉴스를 보곤 했는데, 이곳은 그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가뭄이 심하다 보니 주민들은 마을 상수도를 이용해서 밭에 물을 주고 한다. 원래는 식수로 공급해 주는 수돗물이기에 밭에 물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농촌 환경에서 그것을 일일이 제제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필자가 민원을 제기하며 알아본 결과 그 동안 주민 세대 수에 비해서 물 공급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경우 최근에는 주말마다 농촌의 고향을 찾아 텃밭을 일구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는 물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물이 잘 나오지 않다 보니, 힘들어 하는 아내 눈치도 봐야 하고 간혹 물이 나올 때마다 물을 받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교회 주변에 샘을 파야 하는지 알아보아야 하는 둥 온갖 신경이 물에 가 있어서 목회에도 지장이 있다. 늘 수도꼭지만 틀면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오던 물이 안 나온다는 것은 일상의 삶을 영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들의 교회도 너무나 당연하게 혜택을 누리던 것들이 언젠가 무슨 이유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목사이기에 당연히 대접을 받던 것도, 늘 당연하게 여기는 성도들의 헌신도, 교단의 지도자가 되어서 누리던 영광과 권세도 어느 순간에는 견동리 지역에 물이 모자라 물이 안 나오듯, 그 혜택을 줄 수 없어서 누리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다행이도 우리 지역은 필자의 강력한 민원 제기로 조만한 마을 뒷산에 대형 관정을 새로 파서 물 공급을 여유 있게 해주기로 결정 되었지만, 만약 우리들의 교회가 지금처럼 세속화 되거나 권력에 취해서 초심을 잃어버린다면, 기존 성도들에게도 외면 받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는 순간에는 그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혜택(?)들이 줄어들던지 없어지던지 할 것이다.

부흥은 고사하고 교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각오가 필요가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독교타임즈  webmaster@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