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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 없는 시대1038호 사설

갑자기 벌어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발단은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라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치졸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일본이나 그에 맞선 우리 정부의 어설픈 대처나 결국은 정치적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국민감정을 부추기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또다시 국민은 반일이냐 친일이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프레임의 강요를 받는다. 조금만 다른 얘기를 해도 ‘토착 왜구’라는 마녀사냥 식 공격이 들어온다. 일본의 적반하장 격 행태에 국민 모두가 분개하고 하나가 돼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명분만으로 객관적인 상황판단이나 합리적인 이성조차 설자리가 없도록 만드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자세는 못된다.  
한국과 일본이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우면서도 정서적으로는 아주 먼 나라처럼 서로를 불신하고 대립하는 이유는 역사적 갈등의 골이 깊어서이며, 일단 일본의 책임이 크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역사 왜곡을 일삼고 있으며 여전히 침략주의 근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으로 눈을 돌려보면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에다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이런 감정적 대립을 부추긴다.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친일파 논쟁이 계속되고, 뚜렷한 결론도 없는 공방이 정파적 이익에 따라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결국 해방정국의 혼란기, 분단과 이념대립의 극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교회도 그렇다. 감리교회는 해방직후 친일파의 완전 퇴진을 요구했던 재건파와 과거사에 매달리기보다는 새롭게 교회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복흥파가 대립하며 갈라진 적이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니 어느 쪽이 더 정당성을 가졌는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과거 잘못된 행태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나 반성 없이 슬그머니 기어 나와 파당을 짓고 권력을 잡겠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점이다.

20여 년 전 개봉해 제목이 더 유명해진 영화가 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패러디로 회자膾炙되는 이 영화 제목처럼 조금만 뒤를 돌아봐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 있음에도 군자연하며 법을 말하고 정의正義를 말하는 것은 솔직히 꼴불견이다.

오늘의 감리교회는 달라졌을까? 또다시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나온 참담한 상황에서 자성自省의 기회를 삼거나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는 일에는 관심 두지 않고 오로지 정쟁과 자리싸움에만 몰두하는 군상群像의 어김없는 등장은 그렇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다. 
탈무드의 교훈은 ‘수치羞恥를 안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존재 가치’라는 것이며 동양에서는 맹자孟子가 사단四端을 통해 수치를 아는 것,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강조한 바 있다. “수오지심이 없으면 의義가 없고, 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어느 칼럼의 지적을 다시 생각해 본다.     
불행하게도 오늘의 감리교회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을 이길 도리가 없다는 말도 뼈아프게 들리는 현실이다. 

무치無恥에는 자기도취와 무지無知라는 엔진이 있고 후안厚顔이라는 두꺼운 가면이 있어 이들을 이기기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양심이나 논리는 없다. 세상의 어지러움을 틈타 수시로 말을 바꾸는 무치와 후안의 억지가 횡행하는 현실을 보면서 분개하고 공분公憤을 말하기 이전에 측은지심惻隱之心부터 회복하려 애써본다.
그런 방식으로 남을 속일 수 있고 권력을 잡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기 양심을 속이지는 못하며, 무엇보다 코람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임을 깨닫기 바라면서 말이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는 주님 말씀을 믿으며 스스로를 먼저 채찍질하자. 정심正心, 정사正思, 정도正道, 정행正行의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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