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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대행 후보 자격 논란1039호 사설

명성교회 세습논란이 결국 예장 통합 측 총회 재판에서 교단 헌법 위배로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다른 교단의 문제이니 함부로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해 보면 다행한 일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논란을 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이 교단 헌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해석상 논란이 된 부분은 ‘은퇴하는’이라는 표현이다. 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난 다음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은퇴하는 이’ 아니라 ‘은퇴한 이’기에 이 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단어를 엄격하게 풀이하면 맞을지 모르지만, 법 정신과 취지를 생각하면 말장난에 불과하다.

법은 표현 그대로 적용해야 맞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법 정신과 취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때가 있다. 다소 어설픈 교회법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감리회는 또다시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후 연회 감독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어 직무대행 선출절차 등을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해 소동을 의식해서 최소한의 자격 검증과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직무대행이 재임하는 기간 벌어졌던 극심한 갈등과 대립, 무원칙한 인사 행정으로 사실상 무법천지無法天地로 변했던 본부를 떠올리면 감독들의 그 같은 우려와 신중한 접근은 당연한 일이다. 또다시 그런 소동이 벌어진다면 가뜩이나 실추된 감리회의 위상이 회생불능回生不能의 지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같은 간담회 결과와 총실위 소집 일정이 발표되면서, 자천타천自薦他薦으로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거론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자격 검증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정에 보면 자격을 ‘감독을 역임한 이 중에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자격 검증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너무 잘하려다 법을 임의로 만들어 잡음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고 “아무리 선한 일이라고 해도 불법”이라는 반박도 있다. 심지어 감독들이나 행정기획실이 후보군을 걸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장정에 없는 규정을 만들어 적용한다면 그 또한 혼란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자칫 불법의 시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감독들이 왜 그런 고민을 하는지 헤아려보면 대답이 간단하지 않은 것도 우리가 처한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감리회 구성원 모두가 ‘특정한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찬반贊反을 논하기 이전에 차분하게 현 상황을 돌아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감독회장 선거는 감독을 역임한 이가 아니더라도 출마 자격에 제한이 없는데, 유독 직무대행은 ‘감독을 역임한 이’로 규정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법은 ‘감독을 역임한 이’도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목사’다. 돈 드는 일도 아닌데, ‘감독’ 호칭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때 유독 직대 선출에 있어서는 ‘감독’의 특권을 주장하는 것도 솔직히 넌센스다. 

일각에서 ‘연륜과 경험’이 필요해서라 풀이하는데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 본다. 30일의 제한된 시간 내에 서둘러 뽑아야 하니, 선거 때처럼 자격 검증의 절차를 밟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미 ‘감독을 지낸 이’라면 그 과정을 한 번 거친 분이니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하기에 하자가 없다고 보는 것이 숨겨진 취지라 봐야 한다. 법은 규정하지 않았지만 감독회장 선거에 준하는 자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과거 선거 때 미처 발견 못한 하자가 있을 수 있고 그 이후 하자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해 직대로 선출됐던 ‘감독을 역임한’ 이철 목사의 경우가 과거 감독선거에서 미처 걸러내지 못한 하자가 드러났고 결국 총특재가 사건을 접수해 선출 무효의 판결을 내렸던 전례가 있는 만큼 ‘감독을 지낸 이’라 해서 무조건 ‘하자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말이 나온 김에, 2016년 무효 시비를 받는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이나 그 선거에 책임 있는 이들이 태연하게 후보군에 오르는 것도 솔직히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다. 아울러 스스로에게 하자가 있거나 교단 현안에 직·간접으로 개입돼 있는 분들이라면 불필요한 시비와 분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의욕을 자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은 아니라 하지만 감독들이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에 십분 공감하며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문제는 그런 충정이 후보자들의 이해와 맞물려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실과 엄연히 존재하는 법적인 한계를 어떻게 피해 갈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은 두 개의 C가 필요하다 생각해 본다. 커먼센스(common-sense), 그리고 컨센서스(consensus). 직무대행 후보자격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과 그것을 수용해 지혜롭게 직무대행을 선출하는 감리회 공동체 안의 합의가 운용運用의 묘妙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우선은 총실위가 감독들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굳이 논란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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