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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지정생존자이후천 교수(협성대)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미국 ABC방송국의 인기 있는 정치연속극이다. 이것을 최근 한 한국의 TV방송국에서 리메이크하여 ‘60일 지정생존자’라는 제목으로 방영하고 있다. 지정생존자란 미국에서 대통령의 취임식이나 연설과 같이 전체 내각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을 때, 각료 중 한 사람을 지정하여 안전이 확보된 장소에서 대기토록 했다가 대통령과 함께 그보다 높은 고위 계승자들조차도 한꺼번에 변을 당할 경우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이것은 불의의 사고로 인한 국가 리더십의 부재라는 혼란한 상황에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정권이나 정책의 일관된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제도는 1947년 미소냉전의 시대 산물로서 소련의 핵미사일이 연두교서 중인 미국의 의회 지붕위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대통령직 계승법을 만들면서부터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 제도가 실행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지정생존자 제도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려는 인간의 창의적인 정치적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함으로서 비록 잠시의 기간이지만 리더십의 공석을 막고 자칫 혼란해질 수 있는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문제는 사람이다. 좋은 뜻에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규정을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데 있어서는 사람에 따라서 그 좋은 의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국민이 선출하지 않기에 제대로 된 검증과정도 없이 운 좋게 살아남아 막강한 권력까지 갖게 된 지정생존자가 국가를 위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보다 이때다 싶게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에만 급급하다면, 이 제도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좋은 규정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위기 상황일수록 의심하지 않아도 될 좋은 리더십을 선출하고 그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것이 공동체의 지혜이고 조직의 미래운명을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감리회에 감독회장이 유고된 상황, 말하자면 우리식의 지정생존자를 또 다시 선출해야하는 씁쓸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여기서 우리식이라는 것은 미국이 대통령 계승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것을 총회 실행부위원회에서 선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19년 8월 20일부터라면 2020년 10월 28일까지 직무대행의 임기는 무려 436일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니까 ‘436일 지정생존자’가 감리회의 최고임원으로서 감리회를 대표하는 영적 최고지도자요, 행정수반으로 뽑히는 것이다. 참고 사항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령 제 26568호 “직무대리 규정”에서 기관장, 부기관장이나 그 밖의 공무원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 직무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직무대리의 자격과 선출절차 및 권한 등을 정하고 있다. 우리 감리회에서도 장정 648단 제148조 7항 중 마지막 부분에서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총회 및 총회 실행부위원회 소집을 비롯한 감독회장의 모든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그 권한범위를 확정해주고 있다.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전권을 가진 우리식의 지정생존자로 자격을 갖춘 이 중에서 누가 되든 그 선택과 판단을 받아들이고 시스템으로 받쳐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난세에 배고픈 사람은 배곯아 죽고, 배부른 사람은 배 터져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상이 어지러우면 정의와 배려가 사라져버려 힘 있는 자는 호사를 누리고 약자는 억울하게 희생된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한다. 영웅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선출된 감리회 지정생존자는 짧지 않은 직무대행 기간 동안 전권을 가졌지만, 겸손하게 일상적으로 삯꾼에 대비되는 선한 선후배들의 조언을 듣고 시스템을 믿으며 감리회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세로 장정에 입각하여 현명한 분별력과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현안들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가 마땅히 전권을 휘둘러 해야 일은 이 땅위에 세워진 감리회의 존재이유인 선교적 교단으로서 그 본연의 사명과 비전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감리회의 ‘436일 지정생존자’는 이러한 숙제를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맞는지 그 고민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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