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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이 없는 감리회[데스크칼럼] 신동명 편집부장
신동명 편집부장

가톨릭교회에서는 사후 모범적인 신앙인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그릇된 추대를 막기 위해 ‘시성(諡聖)’ 청원인들의 반대편에 서서 후보자의 결점이나 미심쩍은 점을 지적하는 ‘악마의 대변인’이란 직책이 있다. 가톨릭교회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성과정에서 그녀의 생전에 가차 없는 비판으로 일관했던 무신론계의 거두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악마의 대변인’에 요청한 일화로 유명하다. 현재 가톨릭에서 해당 직책은 사라졌지만, 논리학에서는 ‘집단사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 활용해 왔다. 2000년 전 예수는 유대인 공동체에 있어 ‘악마의 대변인’과 같은 존재였다. 결국 예수는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 처형당했지만 현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로 믿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처럼, 특정 사고의 옳고 그름은 그 시대의 지도자나 집권층이 통제하는 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다수의 다변적 사고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악마의 대변인’은 이름과 달리 인간의 광기를 막고 인류를 멸망의 늪에서 살리는 역할을 해 왔다.

일 년여 만에 복귀한 감리회 현실은 여전히 집단사고의 문제의식도, 악마의 대변인도 필요 없는 듯하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의 능력을 덧입어 죄악의 웅덩이에서 벗어난 죄인들이 성령의 도우심을 따라 복음과 진리를 향해 몸부림치는 ‘자유의지’가 아닌, ‘교권’이 행동을 일으키고 악에 대한 자각 없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의식과 감정을 적응시키느라 열심인 모양새다.

600만 유대인 학살을 계획하고 지휘했던 주범은 히틀러가 아닌 아이히만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한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철학자 한나 아렌트(H. Arendt)는 악의 평범성을 고발했다. 유대인 학살 당시 이들을 총이나 독가스를 이용해 무죄한 사람들을 벌레처럼 죽인 사람들은 나치의 지도자가 아닌 아이히만 같이 모두 평범한 일반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루터교를 국교로 하고 있는 독일의 시민, 신앙인들 가운데 최소한의 양심조차 작동하지 않았던 것일까? 인간은 권위에 놀랄 정도로 취약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분업’이란 시스템을 가진 나치의 관료제 속에서 개인의 신앙과 양심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유는 유대인 명부를 작성해 검거하고, 구류하고 이송하고 처형하는 모든 과정이 분업화 되어있었고, “나는 명부만 작성했을 뿐” “난 체포만 했을 뿐” “난 이송에만 관여했을 뿐” 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26장 이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기 까지 본디오 빌라도 뿐 아니라 로마 군사들과 대제사장들, 장로들과 바리새인들.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도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많은 이들이 “감리교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푸념하듯 던지는 말은 감리교회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현실의 익명성 뒤에는 얼마든지 숨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의 무거운 책임에서 목사, 장로, 성도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예외 없이 서게 될 심판대 앞에선 분업화된 감리회 조직과 분업, 은폐와 위장으로는 자각 없이 가담해온 거대한 악행을 숨길 수 없으니 말이다. 십자가 사건 이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가 왕과 제사장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니, 감리교회 모든 구성원들은 지금이라도 각자가 어떠한 체계에 속해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집어볼 수 있어야 한다.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께서 공간과 시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우리들의 역할을 알려주고 옳은 가치와 생각을 알려주실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 더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조직과 익명성 뒤에 숨지 말고 공의와 정의를 알리는 첫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선택은 자유다.

신동명 편집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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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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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2019-11-06 09:20:03

    신동명 편집부장님, 반갑습니다~ 늘 그 자리를 지켜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길 빕니다~   삭제

    • 김인종 2019-11-04 11:01:10

      신목사!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속에 개혁의지를 담아 교회와 교권을 갱신하고자 하는 자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네. 고맙고 감사하고 화이팅!!   삭제

      • 고광태 2019-11-04 01:36:03

        절필하지 않고 정필하는 용기로 승리하시길...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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