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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法이든 낫과 호미 같아야 한다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허태수 목사

우리 농기구 ‘낫’은 날카로운 칼날을 갖고 있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없다. 낫의 모양이 ‘ㄱ’ 자처럼 안으로 구부러져 있기 때문이다. 낫을 잘못 휘두르다가는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손가락이나 정강이를 찍게 된다. 생김새만 안으로 구부러진 게 아니라 칼날 또한 안쪽으로 나있어서 남을 공격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어린 시절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석양을 등지고 지게에 낫을 꽂고 소 꼴을 베러 다녔다. 문간을 나서는 내게 할머니께서는 늘 “낫질 조심해라” 하셨다. 풀을 베기 전에 내 몸이 베이기 때문이다.

유목(遊牧) 전통이 있는 서구사회의 농기구는 날이 밖으로 서 있고 그 모양새도 일(一)자다. 창처럼 꼿꼿한 모양새 말이다. 즉 서구 농기구는 금새 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공격형으로 생겼다. 유목 중에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쟁기를 언제든지 무기화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서양의 낫은 죽음의 신이 들고 다니는 상징물이자 사람의 목을 베는 흉기로써의 이미지를 띠고 있다. 옛 소련의 깃발에 새겨진 낫과 망치는 생활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민중의 혁명수단인 무기로서의 공격성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의 낫은 무기의 기능이 철저히 배제하는 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즉 칼이나 창의 끝을 구부리고 밖으로 선 날을 안으로 세울 때 비로소 농부의 연장이 된다. 

어디 그뿐이랴! 이 농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라! 서양 사람들은 보통 칼을 쓰듯이 안에서 밖으로 내미는 데, 우리 농기구는 정반대로 밖에서 안으로 감아 잡아당기지 않는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톱질을 연상해 보자. 서양의 톱질은 밀어내면서 나무를 벤다. 그러나 우리네 톱질은 밖에서 안으로 끌어 잡아당기면서 나무를 벤다. 이렇게 ‘밖에서 안’으로, ‘타자에서 내게로’ 쟁기를 끌어당기는 도구로는 괭이, 고무래 등도 있다. 모두 낫이나 호미의 사용법과 동일하다.
낫을 안으로 구부리고 그 날끝을 덜 밀면 곧 호미의 모양이 된다. 자기 가슴으로 향해 있는 칼날, 이 철학적이고 기호학적인 것이 바로 낫이며 호미다. 그래서 호미질을 세게 하면 자신의 발을 찍게 된다.

호미는 풀을 베는 낫처럼 파괴적인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흙을 북돋는 일도 한다. 호미는 뿌리의 근원을 위해 무딘 날로 되어있다. 안으로 구부러져 있는 호미의 생김새는 지평선으로 확산해가는 도발적 힘이 아니라 안으로, 뿌리로, 자기 자신으로 끝없이 응집해 들어오는 힘의 모양새다.

낫은 호미의 상반되는 도구가 아니다. 살생의 모든 무기가 곡식의 생명과 인간의 목숨을 공궤(供饋)하는 도구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호다. 설령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파랗게 날이 서 있는 낫이 남을 해치기보다 자신에게 더 위험한, 그래서 남에게 사용하는 병장기가 아니라 나와 너의 목숨을 도모하는 도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때마다 철마다 손질하는 감리회 법이 왜 맨날 탈인가! 우리네 낫이나 호미의 특질을 거부하고 서양의 그 것, ‘자기를 베고 북돋는 성찰과 경계의 법’이 아니라 ‘타자를 척결하고 배제’하는 병장기(兵仗器)로써의 교단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법의회는 늘 무시무시한 신무기를 전시, 판매, 독점하려는 전사들(목사, 장로도 아니고, 사람을 살리는 종교의 입법자들도 아닌)의 전장(戰場)이 되는 게 아닌가! 이래서 점점 감리회 공동체는 쇠퇴하고, 전선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것 아닐까.

감리회가 아직 제정신이라면, 희망이 있는 집단이라면, 부디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아차 하는 순간 제 쟁기에 제 몸이 상하는 ‘낫과 호미’와 같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켜볼 일이다. 이번 입법의회가 전사들이 펼치는 신무기 박람회가 되어 한바탕 번뜩이는 칼잡이들의 ‘한다고 하는 검투장’이 될지, 아니면 진짜 ‘하나님에게 필요 없고’,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 약간의 질서 유지를 위한’ 법을 만들지 말이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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