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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초등학교 테니스코치에 의한 성폭력 사건' 2심 승소 판결을 환영한다한국여성의전화 성명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현실화시킨
<초등학교 테니스코치에 의한 성폭력 사건> 2심 승소 판결을 환영한다 

 

지난 11월 7일 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소송 손해배상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테니스코치에 의해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14년이 지나 PTSD 진단을 받은 사건에 대해 “피고의 위 각 범행으로 인해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되었고,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원고가 최초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2016. 6. 7.에 그 관념적이고 부동적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가 현실화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일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가해자의 범행 후 상당 기간 흐른 후 받은 피해자의 PTSD 진단을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 본 것으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더욱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송의 주요 쟁점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였다.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같은 소멸시효 규정은 성폭력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공소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에 따르면,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며,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형사법상 공소시효와 다르게 민법 소멸시효의 경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고 범죄 발생 이후 바로 드러내기 어려운 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소멸시효 규정으로 인해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에 형사소송을 통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피해자의 손해배상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피해 당시 미성년자이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관계의 경우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성폭력범죄에 있어 대부분 ‘불법행위를 한 날’을 범죄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계산하기 때문에 가해자의 범죄 이후 피해자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현재의 손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성폭력범죄 피해를 입은 후 PTSD와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지만, 법원은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한국여성의전화 외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에서는 오래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당시에는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고, 은폐를 강요당했고, 가해자가 너무 무서웠고, 자신이 비난받을까 봐 두려웠고, 피해인지도 잘 몰랐다는 등의 이유로 침묵해야 했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는 다른 용기 있는 여성들의 고백을 보고 자신도 용기를 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입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 사법절차를 통해 권리를 구제할 권리, 그 최소한의 정의조차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의 장벽에 피해자는 절망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피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범죄행위가 있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손해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성폭력 형사소송에서 PTSD를 상해로 인정하는 판례도 종종 나오고 있어 이를 이용한 성폭력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현실화시키는 데 기여한 이번 판결은 한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돈’과 결부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이 강한 한국 사회 인식과 분위기는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데 큰 장벽으로 작동한다. 더욱이 ‘소멸시효 기산점’ 등 새로운 판단을 구해야 하는 ‘결과가 불확실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패소비용 부담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진행한 것은 “다른 성폭력 피해자에게 힘이 되는 판결문을 받고 싶다”는 연대의 용기가 있었다.

민사소송은 성폭력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이 권리를 행사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따른다.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나오기는 했지만, 지금의 소멸시효 규정은 연령, 장애 등 피해발생 당시의 피해자의 특성,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 그 제도적 정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입법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피해자의 바람대로’ 많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권리를 더욱 당당히 행사하는 데 힘이 되기를 바란다. 

 

2019. 11. 12

한국여성의전화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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