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허태수의 通義
개미의 1인치와 독수리의 1마일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주인집 문간에서 굶어 쓰러진 개는/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하도다/길 위에서 혹사당한 말은/인간의 피를 하늘에 호소하는구나 … 사냥꾼에 쫓긴 토끼의 울부짖음이/우리의 뇌를 갈기갈기 찢고/날개에 상처 입은 종달새는/천사들의 노래를 멎게 하도다 … 해 질 무렵에 활개 치는 박쥐는/믿음 없는 이성에서 비롯되며/밤을 노래하는 올빼미는/불신자들의 공포를 말하는구나 … 황금과 보석으로 쟁기를 장식할 때/질투는 평화로운 예술에 고개 숙인다/수수께끼나 귀뚜라미 울음소리는/적절한 대답에 의심을 품는 것이다 … 개미의 1인치와 독수리의 1마일은/절름발이 철학자를 미소 짓게 하는구나/자신이 보는 것을 의심하는 자는/그대가 무엇을 하던 끝내 믿지 못할 것이다. -‘순수의 전조’,윌리엄 블레이크-

자유시장 경제의 패악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가고 있다. 연일 홍콩, 스페인, 칠레, 에콰도르, 레바논, 프랑스 등지에서 동시다발 시위들이 각각 다른 이유로 촉발되고 있다. 이들 사이에 공통분모가 없는 건 아니다. 그 이유들은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폭발할 일에 불을 붙인 도화선일 뿐이다. 세계 각지의 시위들은 드러나지 않았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공통의 원인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경제성장 이면의 불평등과 양극화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시위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환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세계 나라들의 시위를 경제문제로 관련할 건 아니다. 경제문제를 넘어서 집단과 개인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 가치 있는 삶 등에 대해서도 요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윌리암 블레이크는 산업혁명이 할퀴고 지나간 황폐한 현실을 고통스럽게 직관했다. ‘주인집 문간에서 굶어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하면서, 유아 노동에 동원된 어린 굴뚝 청소부들의 울음이 타락한 교회를 섬찟하게 만드는 것을 보았으며, 젊은 창녀의 저주가 결혼 마차를 영구차로 만드는 것을 보았다. “만나는 얼굴마다” “비탄의 흔적”을 보았던 그는 세상의 ‘징후’를 읽어내는 예언자였다. 

오늘날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는 시위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어떻게 한 국가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징후라 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부분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개체(개인)의 불행은 대부분 관계의 산물이다. 주인이 잘 보살폈는데 그 집 대문에서 개가 굶어 죽을 일이 없다. 짐승 한 마리를 하찮게 여기는 태도가 무려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하는 이유가 된다. 

내가 아는 후배 목사는 이백충(200蟲)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버스 운전을 해서 생계를 꾸린다. 한 달 수입이 2백만 원이 못 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충’이라고 초등학생들이 친구를 조롱하는 말이라니, 그렇게 따지면 감리회 목사 중 2/3는 곧 ‘벌레’이리라. 반면 내가 아는 큰 교회 선배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더 후한 퇴직 보장을 위해 애쓰다가 교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로 보건대, 윌리암 블레이크의 시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공동체의 멸망을 예고하는 ‘징후’로서 넉넉하다. 

기실 이런 불평등한 사회나 공동체는 불가피한 필연의 산물이 아니다. 구성원이 선택한 체제와 정책, 즉 정치의 결과다. 그러면 이렇게 고착된 불평등 현실에 대한 개선책은 없는 걸까? 있다. 우리가 만약 다른 상상이나 다른 제도적 선택을 한다면 바꿀 수 있으며 적어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몸과 마음에 불평등의 경험이 착근된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상상과 다른 정치를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다. 

‘개미의 1인치와 독수리의 1마일은 절름발이 철학자를 미소 짓게 한다’는 시구에서 불평등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감수성 함양점이 필요하다. 지금 감리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제도의 개선이나 장정의 개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행사가 되어버린 집회나, 회의나, 대회는 더더욱 아니다. 일체의 습관적인 정치 행위를 멈추고 ‘몸과 마음에 불평등의 경험이 착근된 구성원들이 어떻게 새로운 상상과 다른 정치를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를 숙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