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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회의 가성비허태수의 ‘通義’
▲ 허태수 목사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사고 나면 “가성비가 어떻다”는 표현을 한다. 가성비가 ‘갑’인 경우 그 가게는 흥한다. 그러나 반대로 가성비가 ‘을’을 지나 ‘병’만 되어도 망한다. 가성비(價性比, cost-effectiveness)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이다. 소비자 혹은 고객이 낸 돈에 비해 음식이나 제품의 질이나 서비스의 성능이 고객에게 얼마나 만족감을 주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평가다. 흔히 식당의 음식을 두고 이런 표현을 자주 한다. 얼마 전 나는 ‘할인 폭탄’이라는 앱을 다운받아서 장갑과 털모자 하나를 샀다. 그런데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었다. 각각 2000원과 6500원을 주고 샀는데 성능과 효용성이 아주 컸다. 내가 앱을 지우지 않는 이유다.

20대와 30대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물건 선물하기’가 유행하고 있다. 신년 모임이나 중고등학생들 졸업식 선물로 쓸데없는 선물을 하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쓸데없는 선물 추천 목록도 돌아다니고 관련 사진과 동영상도 인기다. 유명 유튜버들이 서로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은 조회 수십만 회를 기록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전 대통령들의 자서전, 응원봉, 00당 입당원서, 지나간 해의 달력, 수도꼭지, 보도블록, 김정은 초상화, 벼루, 인조 잔디, 공 CD, 꽝 난 로또 용지, 70~80년대 유행가 모음 CD 등이다. 혹자는 이런 물건들이 왜 쓸 데가 없는 것이냐며 쓸 데가 많다고 항변을 할지도 모른다. 쓸 데가 있고 없고는 사용자에 따라,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당연히 다르다.

쓸데없는 물건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선물값이 1만 원을 넘으면 안 되고 5000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선물을 주고받은 후엔 누구의 선물이 가장 쓸데없는지 1등을 가려낸다. 여기선 실용성이 없을수록, 쓸모가 없을수록 센스있는 것이 된다.

나는 ‘할인 폭탄’이라는 앱을 다이소라는 1000원 마트에서 알았다. 언제부턴가 사소한 물건이나 문구를 사다 보니 이제는 길을 가다가 다이소가 보이면 그냥 들어가 온갖 제품들을 구경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나이 든 사람들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할인 폭탄’ 앱도 거기서 그들이 하는 대화에서 엿들은 앱이었다. 

젊은이들이 1000원 마트에서도 또 다른 할인 몰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는 이런 모습을 사회학자들은 ‘불황형 소비 형태’의 한 단면이라 한다. 팍팍한 경제 사정으로는 아늑한 주거 등을 꿈꿀 수 없으니, 당장은 작은 사치를 통해 만족감을 얻으려는 소비 형태라는 것이다. 소비는 여러 형태가 있다. 명품과 귀금속, 외제차 등을 통해 다른 사회구성원과 나를 구분 짓는 과시형 소비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취향이나 경제 사정 보다는 주변인들에게 영향받고 유행에 따라 소비하는 편승형 소비가 있다. 또 일시적 충동에 따른 소비, 대중매체에 영향받은 의존형 소비 등등 다양하다.

작은 사치로 불리는 이 불황형 소비를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맥락을 봐야 하듯, 쓸데없는 선물하기도 젊은이들의 단순한 놀이로 봐 넘길 게 아니다. 선물을 받는 이가 아무짝에도 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돈을 지불한다. 그것도 일종의 작은 사치다. 젊은이들의 이 시대적인 풍습은 역설이다.

끊임없이 ‘쓸모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약자다. 이들에게 ‘쓸모없는 선물 교환’은 이런 사회질서에 대한 저항이며 일탈이다. 군색함에 절어 매번 합리성을 따져야 하는 ‘가성비’에 대한 피로도가 분출된 것일 수도 있다. 잉여 시대에 가성비가 좋지 않은 인간은 쓰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고관대작도 자식의 ‘가성비’를 높여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가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을까. 쉽게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가성비를 높여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생존의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가 이미 있는 사람과 없는 계층화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반사회적 저항행위가 ‘쓸데없는 선물하기’가 아닐까?

그건 그렇다 치고 ‘감리교회의 가성비’, 광화문 식당에서 어마어마한 밥값(부담금)을 받고 내주는 것들의 가성비는 뭘까.

갑, 을, 병…. ‘병’ 급이라면 ‘쓸데없는 물건’ 추천 목록에 올려야 한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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