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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나’라는 존재는
   
▲ 허태수 목사

나는 하루에 대략 10~12km를 걷는다. 걸음으로는 12000보에서 15000 내외가 된다. 신장 이식 수술 이후 회복 차원에서 조금씩 걷기 시작한 것이 습관이 되었다. 도청이나 시청의 볼일도 대부분 걸어서 본다. 밤에는 랜턴을 켜고 밤길을 걷는다. 엊그제 구정 저녁에는 교회 뒷동산인 대룡산(해발 1080m)을 걸었다.  

대룡산 8지점, 고은리 버스 종점을 기점으로 약 2km 지점에 있는 잣나무 숲 삼림욕장에 들었다. 숲속 평상에 앉아 저녁 요기를 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열린 밤하늘을 안고 누웠다. 빽빽한 잣나무 사이로 길 잃은 바람이 내려와 헤매다가 사라지고, 바람이 낸 길을 쫓아 하늘에서 빛이 가랑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명왕성은 지구로부터 50억km 떨어져 있다. 뉴호라이즌스호라는 무인 우주선이 시속 4만km로 9년 반 동안 날아가 명왕성의 1만2500km까지 근접했으니, 우리가 대룡산 숲속에 누워 밤하늘에서 내리는 빛을 맞은 건 아마도 이를 숭모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뭉친 8개의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동네 안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우리가 사는 작은 울타리인 지구에만 대기와 온도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믿어왔다. 이른바 ‘지구 인간 중심적 사고’ 안에 머물러 있었던 거다. 그런데 뉴호라인즈스호가 보내온 사진에 의하면 명왕성은 지구의 북극과 같다는 것이다. 

북극을 아시는가? 북극곰이 산다는 그 북극 말이다. 북극해와 그 주변의 툰드라 지역, 그리고 그린란드의 대부분 지역이다. 기온이 낮고, 밤낮의 길이가 크게 다르다. 여름에는 낮이 계속되고, 겨울에는 밤이 계속된다. 연평균 기온은 영하 35℃로 남극보다 따뜻하다. 겨울에는 최저 기온이 영하 500℃ 이하로 내려간다. 일 년 내내 얼음이 덮여 있어 고산 식물과 이끼류 이외에는 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바다표범·고래·흰곰·순록 등 여러 가지 동물이 살고 있다. 북극 지방에는 약 5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우리가 아는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곳이 북극이다. 지구에서 50억km 멀리 있는 명왕성이 바로 그 에스키모 사람들이 살고, 고래, 흰곰, 순록이 사는 북극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호라이즌스호는 이제 겨우 태양계의 끝에 도달했다. 그보다 먼저 무인 우주탐사선인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항성 간 공간으로 나아갔다. 보이저1호는 지금 36년간 우주 항해를 계속하고 있고, 항성 공간은 태양으로부터 190억km 떨어진 곳이다. 서울·부산의 거리 5000만 배에 해당한다. 그러니 보이저 1호의 업적에 비하면 뉴호라이즌스호는 아직 소형 자동차 꼴이다. 그러나 보이저 1호가 이미 태양계를 벗어나 190억 km 밖까지 갔다고 해봤자 은하의 중심에서 볼 때 가장자리를 맴도는 수준이다. 

태양이라는 별 하나가 8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태양계는 10만 광년 크기의 우리 은하 중심에서 볼 때 2만 7000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이런 은하들이 무리를 지어 국부 ‘은하계’를 이루고, 은하 군들은 더 큰 규모의 ‘은하단’을 형성한다. 다시 이런 은하단이 모여 ‘초은하단’이 된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런 별들의 광역시를 ‘안드로메다 은하계’라고 하는데 약 1조 개의 별들이 모여 있다.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럼 안드로메다 은하계가 끝이냐? 아니다.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계를 또 수천 개 거느리고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이 또 있다.

이런 우주의 맨 밑바닥에, 그야말로 한 점도 되지 않는 거기에 내가, 내 의식이, 지성이 그리고 약간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 사랑도, 애증도, 분노도, 욕망도, 또 그렇게 달달하다는 돈도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이렇게 우주관이 바뀌면 인생관, 신앙관도 바뀌어야 한다.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신기한 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보이저 1호가 항성 간 공간에 나아간 것보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 가까이 당도한 일보다 참으로 이해 불가한 일이다. 

뭘까, 저 솔잎 사이로 쏟아지는 어둠의 별빛을 쬐는 ‘나’라는 존재는!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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