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교계
[성명] 교회는 핵발전소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누가복음 10:36)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어난 쓰나미는 수많은 사상자를 내었습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심각한 피해에 보태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비상전력상실로 인해 냉각수 공급이 끊기는 사고로 인해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자연재해와는 또 다른 피해를 낳았습니다. 지역은 방사성 물질에 뒤덮이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 일본정부는 사람들을 다시 그곳으로 돌려보내어 살게 할뿐더러 그곳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그곳에서 난 음식을 각국의 올림픽 대표팀에게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노심용융으로 인해 녹아내린 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투입되는 냉각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제염(오염을 제거함)을 위해 표층으로부터 긁어낸 흙을 담은 자루를 방치해둔 바람에 태풍으로 인해 방사능 오염 토양이 유실되는 초유의 사건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이미 지나갔거나, 끝난 사고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되는 사고라고 보아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지역의 주민들은 아무 대책 없이 심각한 피폭에 내던져져 있는 상황입니다. 사고의 수습을 책임져야 할 일본 정부는 책임을 방기한 채 최악의 결정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피난민들의 지원금을 끊는 정책으로 피난민들의 귀환을 종용하고 있으며, 사고의 피해를 축소, 은폐하는 것을 통해 자국민을 속일 뿐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키로 한 국가들에도 거짓말을 일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재앙이라면 우리의 곁에도 이런 재앙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핵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입니다. 온갖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독성 방사성 물질들이 자신의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입니다.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때 더 이상 핵관련 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소 가동이 멈출 상황이 되자 보란 듯이 다시 임시저장시설이라는 이름의 사용후 핵연료 보관시설을 건설을 시도합니다. 이미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갑상선암과 같은 질병들을 겪었지만 보상이나 이주를 도울 정부는 이들에게 없습니다. 경주와 울산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이들의 안전이나 생명보다는 핵발전소로 인한 경제적 이익만을 이야기합니다.

월성 핵발전소만이 아닙니다. 전남 영광에 있는 6기의 핵발전소 중 3,4호기는 콘크리트 격납건물에 수 백 개의 공극(구멍)이 뚫린 채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시 최종적으로 안전을 책임져야 할 건물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1호기는 지난해 제어봉의 성능을 시험하려다 심각한 사고를 겪을 뻔하고, 수동으로 핵발전소를 정지시킨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지난 후 아무렇지 않게 다시 가동 승인이 나고, 가동이 되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일에 주민들의 의사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습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조작미숙과 수칙위반 등이 있었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여 조종실 내부를 확인하는 정도로 이 사고를 무마하고 재가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외에도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공론화를 비롯해 수많은 문제들이 핵발전소를 둘러싸고 일어납니다. 원자력연구원이 위치한 대전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송전선로 문제로 고통을 겪은 밀양을 비롯한 많은 지역도 핵발전소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소가 온갖 비리와 부패를 거짓으로 감싸는 동안 피해를 입은 것은 지역의 주민들이었습니다. 강도당한 사람마냥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핵은 태생부터 폭력적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무기로 개발된 순간부터 평화적 이용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핵발전소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까지 어느 한순간도 안전한 적도, 깨끗한 적도, 평화로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우리 이웃들의 생명을 갉아먹으며, 폭력을 행사했고, 그들의 삶을 불안과 공포로 몰고 갔습니다. 이제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때입니다.

교회는 당연히 고통당하는 이들의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을 싸매고, 치료하는 일에 이제 나서야 합니다. 교회는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또한 법률의 한계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는 이웃들을 위해 탈핵과 피해보상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또한 모든 폭력의 근본 원인인 핵발전소를 벗어나기 위한 에너지전환과 절감에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눈물 위에서 우리의 풍요를 누릴 수 없습니다. 우리 이웃의 눈물을 닦으며 그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일에 이제 교회가 나설 때입니다.

 

2020년 3월 10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