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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국판 그린뉴딜, 처음부터 다시 계획하라

한국판 그린뉴딜, 처음부터 다시 계획하라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담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가죽 부대를 터뜨려서 포도주도 가죽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가복음서 2:22)

지난 7월 14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의 대전환 선언이자 100년의 설계’라고 하는 ‘한국판 뉴딜’ 구상과 실행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번 한국판 뉴딜 구상에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디지털,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세계를 선도한다는 정부의 원대한 포부가 담겨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 160조원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가장 많은 예산인 73조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파괴를 유발해온 기존 정책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판 뉴딜 구상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판 그린 뉴딜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며 새로운 전환에 대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내용에 우리는 실망감을 넘어서 깊은 우려를 갖게 된다. 그린 뉴딜의 주요 과제인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에너지, 그린 리모델링은 탄소배출 저감의 효과보다는 산업의 확대와 새로운 시장 개척에 그 주된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그린스마트 스쿨이나 스마트 물관리 체계, 전선 지중화 사업 등 저탄소 경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사업들이 정부의 기존 사업 계획에서 이름만 바뀐 채 그린뉴딜의 수행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탄소저감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되지 않은 채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판 그린 뉴딜이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진다. 결국 이번 한국판 그린 뉴딜은 친환경 경제로의 새로운 전환이기보다는 여전히 경제성장을 위한 기존 경제정책과 사업들이 녹색으로 포장된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는 지구 생태계의 수용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산업경제가 지구 대기의 구성을 바꿀 정도로 배출하고 있는 탄소로 인해 만들어낸 비상상황이다. 또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 역시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임을 망각하고 인간만을 위한 경제를 추구하며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하고 야생 생물의 서식지를 침범한 것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시대에 당면한 우리의 문명과 삶에 대한 반성과 회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전환은 지금까지 추구해온 성장주의와 인간중심주의의 신념에 사로잡힌 경제체제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지구 생태계의 수용 한계를 설정하고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생명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긴급하고 시급하게 전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인식과 방향, 내용마저 엉터리인 그린 뉴딜은 오히려 돌아가야 할 길을 멀게 만들 뿐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정부는 생태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생명의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그린 뉴딜을 처음부터 다시 계획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분명한 온실가스감축 목표와 로드맵을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산업 구조와 경제 체제를 전환하는 그린 뉴딜 계획을 수립하는 순서를 지키기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이번 한국형 그린 뉴딜 구상으로 새로운 전환을 계획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경제 산업 부처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대응을 전담할 범국가 기구를 새롭게 조직하여 다시 그린 뉴딜을 계획하기 바란다. 또한 이 일에 대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할 미래세대와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노동자, 농민, 기후약자들이 반드시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한 힘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한국형 뉴딜은 정부의 의지대로 한국 사회의 대전환의 선언이자 새로운 100년의 설계가 되어야지, 결코 낡은 시대의 유산을 그럴듯하게 재포장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보다 긴박하고 신중한 태도로 한국형 뉴딜의 논의를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지금의 그린 뉴딜로는 100년이 아니라 10년도 지나지 않아 후회만 남을 것이다. 새 포도주를 낡은 부대에 담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포도주를 버리지 않는다.

 

2020년 7월 16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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