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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환우촌 ‘벽제 자활원’
낡고 녹슬었지만 왜인지 정겨운 벽제 자활원 입간판. 간판 뒤로 보이는 길 끝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결핵 환우들이 함께 모여 사는 자활원이 있다.
김목화 기자

추수감사절을 맞아 결핵 환우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벽제에 위치한 자활원을 찾았다. 결핵 환자였던 故 이석두 장로(오금리교회)는 1968년 9월 경기도 고양시 변방에 자활원을 열고 갈 곳 없는 결핵 환우들을 돌보며 평생을 살았다. 지금은 그의 아내 홍영자 원장(80)이 환우들을 돌보고 있다. 무척이나 어려웠던 시절, 60~70년대만큼 결핵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자활원을 찾는 환우들이 있다. 아직까지 자활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수많은 결핵 환우들은 가을, 겨울을 손꼽아 기다렸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마다 많은 교회들이 오곡백과를 들고 찾아왔고, 작게 마련되어 있는 예배당에서 환우들을 위한 위로예배가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벽제 자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15명의 환우들은 대부분 결핵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환우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며, 24시간을 자활원에서 보낸다. 대부분의 환우들은 부양가족이 없거나 노숙을 하다가 자활원 소문을 듣고 온 결핵 환우들이다. 자활원 개원부터 지낸 환우부터 5~7년 전 입소한 환우들까지 미혼의 40~80대 환우들에게 교회는 언제나 반갑고 고마운 손님이다.

정부 비인가 시설이다 보니 교회가 아니면 도와주는 곳도 없는 벽제 자활원이지만, 감사하게도 지난 52년 동안 자활원의 쌀독은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보일러 온도를 한껏 올릴 수는 없어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52년 동안 매년 찾아오는 인근각처 교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매결연을 맺은 중앙교회, 삼송교회 뿐만 아니라 부평교회, 능곡교회, 응암교회 등도 대대로 자활원을 향한 발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자활원의 낡은 입간판을 보며 그곳을 찾았던 교회들의 발걸음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찾았던 자활원에 잠시 머무는 동안 순식간에 높은 탑처럼 쌓인 상자 속 오곡백과를 과연 그들이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추수감사절, 성탄절, 부활절. 절기마다 찾는 게 아닌, 우리의 이웃을 언제나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교회가 절실하다. 넘쳐나는 오곡백과도 좋지만, 지난여름 태풍과 긴 장마에 비가 새는 곳은 없었는지, 김치는 넉넉한지, 도배는 다시 안 해도 되는지, 매일 말씀은 어떻게 읽고 듣고 새기고 있는지까지도 말이다.

김목화 기자  yesmoka@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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